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떡방앗간이 사라지지 않게 해주세요 / 김선우

폴래폴래 2010. 3. 31. 16:54

 

 

   사진:네이버포토

 

 

 

  떡방앗간이 사라지지 않게 해주세요

 

                                                          - 김선우 

 

 

 

  차가운 무쇠 가래떡 기계에서

 

  뜻밖의 선물 같은 김 오르는 따뜻한 살집 같은 다정한 언니의 영원한 발목 같은 뜨거운 그리운 육두문자 같은 배를 만져주던 할머니 흰 그림자 같은 눈물의 모음 같은 너에게 연결되고 싶은 쫄깃한 꿈결 같은 졸음에 겨운 흰 염소 눈 속에 부드럽게 흰 느린 길 같은 노크하자 기다랗게 뽑아져 나오는 잃어버린 시간 같은

 

  안심하고 두 손에 받아들어도 무기라고 의심받지 않을 기다란 것이

 

  말랑하고 따뜻한 명랑한 웅변처럼!

 

  떡방앗간에서 우리 만날까요

  차가운 기계에서 막 빠져나오는 뜨거운 가래떡 한 줄 들고

  빼빼로 먹기 하듯 양끝에서 먹어 들어가기 할까요

  그러니까 우리, 한 번쯤 만나도 좋은 때까지

 

 

 

 

 『서정시학』2010년 봄호

 

 

 

 

  - 1996년『창작과비평』등단.

    시집<내 혀는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

    <도화 아래 잠들다><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