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회 2010년<시안>봄호 신인상 당선작
2010년<시안> 봄호 신인상 당선작
신新 브레인스토밍
- 하명환
폭퐁전야 브레인스토밍 멤버 여러분 안녕
만 오천 년 전 동굴 속으로 출장을 와있는 나는
어둠속에서 빛에 가려졌던 나를 보고 있기에
이번 폭풍 속엔 두뇌를 휘 뿌리지 못하겠네
대신 동굴 천장에 들소나 사슴 등이 그려진 벽화
그 생생한 묘사나 색채, 입체감의 감동과 함께
내 야생이 튀어나오고 있다는 소식을 안부로 전하네
덧붙여 아래 엉뚱한 소식을 참조▣e-mail로 보내네
십년 전 주말마다 새 테마가 우리 두뇌를 혹사시킬 때
최신형 압축파일 두뇌로 광야를 질주하던 나는
광풍 맞듯 e-세계 팀원 자리를 권유 받았지
하지만 그땐 우리들 눈이 태풍의 눈이었기에
내 노우-하우 갈래인 e-압축파일을 한 주말만 제공
유효기일 無인 자릴 고사했지
그게 십년 세월, 이젠 동굴 속 출장이 아니라도
도래지로 날아가는 창공의 철새 떼처럼
매주말 서너 번은 e-세계로 날아가야겠네
고딕한 테마에 아이디어를 들이면 짬은 고사하고
자진탈퇴인 셈인가 엉뚱하게
그래도 혹시 주말 틈새로 멤버에 낀다면
내 최신형 사유를 깔려나?
자, 그간 뱁새눈이 세월처럼 다사다망했던 올해도
여기 석기시대 e-mail로 인사를 갈음하네만
도래할 바이오시대 새해엔 정말 엉뚱한 두뇌폭풍이 거세길
모두 안녕? 짬 내서 여기한번 꼭 다녀가게
아참 여기와 비로소 내 생각을 방목하고 있다네!
꿈물류유한회사
- 하명환
자폐증 깊어만 가는 창공을 벤치마킹 한다
날빛 보관창고관리 계약직간부로 사령장을 받은
회사명은 꿈어린물류유한회사
소재지는 삼라만상
우주의 時空세계에 드리운 블라인드 홀
근무조건 연중무휴 24시간 고립된 외딴 직책
창고 관할 老박사 파우스트
주 업무는 거기 틀어박힌 몽상을 분석하고 보관
잉태된 꿈엔 유통기한과 폐기처분 날짜를 기획 공고
고객관리함
꿈에 대한 A/S는 없음 단, 신규 다운로드 무한 가능
유성처럼 거쳐 가는 별의별 빛 창고보관료 처리는
바코드에 눈물 한 방울 긁고 가면 완불수납 OK
이젠 중증의 어둠인 곳보다 더 까만
장막 속 저편
벤치마킹되어 개똥벌레처럼 반짝거리는
별, 꽃, 달, 바람, 비취빛 하늘풍선 같은 유채색단어들은
가슴속 응어리로 아롱져
천재성을 가진 자폐아 서번트신도롬의 씨앗들로 여문다
야근수당 한 푼 없는 오늘밤도
뜬눈으로 일궈낸 장삿속 세상밭 내 자투리땅에
흩뿌려져 아린 삶 그 흔적으로 발아할
샤프란* 저 너머
- 하명환
나는 공소시효 말기
도화살 낀 범죄를 저지른 샤프란이다
홍조 띤 여섯 개의 꽃잎과 노란 꽃심지를 가진
숱한 세월 노란꽃불을 헤집고 짓뭉개려했던 세상은
서남아시아에서 온 이 향기와 고귀함을 모른 척 해왔다
그 푸대접이 그럴수록 사방팔방 내 씨를 방사했다
천둥번개가 칠 땐 내 입술은 동백꽃처럼 붉었고
뒷산 때죽꽃 밤낮 피고지고 툭툭 떨어졌다
그럴 때마다 영화각본처럼 하염없이 내리던 밤비는
빈속을 울렁거리게 했다
오랜 긴 밤 내 몸에 고였던 향신료는 모두 빠져나갔다
그간 내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도
몇 개의 목 타는 계절이 심연으로 흘러가버렸다
오아시스를 찾지 못해 때죽꽃이 혼자 질 때였다
시시포스의 신화!
메소포타미아 사막에서 불사조처럼 날아올라
태양을 향했던 망울진 꿈들이 어제처럼 꽃술로 영근다
꺼져버린 내 심지에 다시 불을 댕긴다
나는 모진 홍조를 다해 동녘 저 너머로 꽃불을 쏜다
* 붓꽃과에 속하는 식물로 꽃말은 후회 없는 청춘임
* '내 안에 사는 풍경' '시력표눈발' 작품이 있음.
심사위원<박의상, 허형만, 오태환>
- 2007년 작가마당 으로 작품활동.서강대대학원 작가회의 회원
<시와문화>편집위원. 현 우송대 국제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