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홍어 / 문혜진

폴래폴래 2010. 3. 26. 10:45

 

 

     사진:네이버포토

 

 

 

  홍어

 

                   - 문혜진 

 

 

 

 내 몸 한가운데 불멸의 아귀

 그곳에 홍어가 산다

 

 극렬한 쾌락의 절정

 여체의 정점에 드리운 죽음의 냄새

 

 오랜 세월 미식가들은 탐닉해 왔다

 홍어의 삭은 살점에서 피어나는 오묘한 냄새

 온 우주를 빨아들일 듯한

 여인의 둔덕에

 코를 박고 취하고 싶은 날

 홍어를 찾는 것은 아닐까

 

 해풍에 단단해진 살덩이

 두엄 속에서 곰삭은 홍어의 살점을 씹는 순간

 입 안 가득 퍼지는

 젊은 과부의 아찔한 음부 냄새

 코는 곤두서고

 아랫도리가 아릿하다

 중복 더위의 입관식

 죽어서야 겨우 허리를 편 노파

 아무리 향을 피워도 흐르던

 차안(此岸)의 냄새

 

 씻어도

 씻어 내도

 돌아서면 밥 냄새처럼 피어오르는 가랑이 냄새

 먹어도 먹어도

 허기지는 밤

 붉어진 눈으로

 홍어를 씹는다

 

 

 

  시집『검은 표범 여인』민음사 2007.<김수영문학상> 수상 시집.

 

 

 

 

  - 1976년 경북 김천 출생. 추계예대 문창과, 한양대 대학원 국문과 졸업.

     1998년《문학사상》등단.

     시집<질 나쁜 연애> 2007년 김수영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