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멸치 / 정준영
폴래폴래
2010. 2. 9. 19:56
사진:네이버포토
멸치
- 정준영
죽방멸치의 똥은 쓰지 않다고 한다
비늘 한점 떨어지지 않도록
대나무 통발로 몰래 가둬
끓는 솥단지까지 곱게 모셔와
그 숨이 똑,
한번에 떨어지도록 했기 때문이다
똥이 쓰다는
아랫배 쪽에 흉터가 생긴
일반멸치는
그물에 몸이 걸린 채
온몸으로 苦悶死하므로
비늘도 상하고 속은
썩은 쓴 맛을 우려낸다는 것이다
종이그물에 몸이 얽힌 채
온몸으로 너무 고민한 잘 쓴 시들은
일반멸치의 맛이 난다
죽기 직전까지 살아 있는 게 관건이다
여러 번 죽는 것은 한 번 죽는 것만 못하여
비늘도 상하고 내장에 쓴 맛이 들어가는
일반멸치가 되는 것이니
시는 아무래도 말짱한 죽방멸치로 태어나야 한다
- 1973년 서울 출생. 서울교대 음악교육과 동 대학원 졸업.고대 국문과 박사과정 수료.
2006년<시선> 등단. 2006년<애지>평론 등단. 2009년<시와세계>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