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노란 뚜껑의 작은 유리병 속에 / 진은영

폴래폴래 2010. 2. 9. 18:05

 

 

 

 

 

  노란 뚜껑의 작은 유리병 속에

 

                                                - 진은영 

 

 

 

 진흙으로 만든 사람

 그 위에 내리는 눈송이를

 넣을 수 있다면

 

 얼굴 없는 여자의 긴 목

 한 번도 쓰지 않은 하얀 굴뚝과

 달리는 말들의 잘생긴 넓적다리

 녹색 못[釘]들의 초원을

 넣을 수 있다면

 

 쓸개처럼

 긴 맛의 커다란 기차를 탔을 때

 

 검은 바닥에 뒹구는 노란 뚜껑 작은 유리병

 앞사람이 버린 것

 

 그는 어디서 내렸을까

 노래들, 엄지발가락 부러지는 소리 가득한

 이 칸을 지나서

 

 

 

  시집『우리는 매일매일』문지 2008

 

 

 

  - 1970년 대전 출생. 이화여대 철학과 동 대학원 졸업.

     2000년『문학과사회』등단.

     시집<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순수이성비판, 이성을 법정에 세우다>

     <니체, 영원회귀와 차이의 철학>등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