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쓰레기 버리러 간다 / 이선영

폴래폴래 2010. 1. 30. 18:49

 

 

    사진:네이버포토

 

 

 

  쓰레기 버리러 간다

 

                                - 이선영 

 

 

 

 슬리퍼 끌고 통치마 입고 비닐봉지 덜렁거리며

 야밤 틈타 음식물 쓰레기 버리듯

 

 내일 밤엔 썩어도 골백번 썩고 곪아도 골백번은 속이 곪았을,

 이 처치곤란 몸뚱이를 버려 볼거나

 

 상한 것은 상한 것들끼리 어울려 가는 곳이 있으련만

 자못 싱싱한 척, 짐짓 풋풋한 척하는 일이 편치 않아

 

 아, 40여 년 상하지 말라고 데피고 데피고 또 데펴 온

 이젠 맛깔스러울 것도 없어

 그저 부엌만 지키고 있는 이 맹근한 음식

 

 그래도 아, 버리기는 참 아까워서!

 

 

 

  『서정시학』 2009년 겨울호

 

 

 

  - 1964년 서울 출생. 이화여대 국문과 동 대학원 박사.

     1990년『현대시학』등단.

     시집<오, 가엾은 비눗갑들><글자 속에 나를 구겨넣는다>

     <평범에 바치다><일찍 늙으매 꽃꿈> 등

      이화여대 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