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데자뷔 / 강기원
폴래폴래
2010. 1. 26. 12:21
사진:네이버포토갤러리
데자뷔
- 강기원
그를 본 순간,
사라지는 거리의 소음
속도감 없이 빠져드는
아득함
백 년에 한 번 쓸린
비단에 돌산이 닳는다는
겁(劫)의 한가운데
함께였던 생생함
그런 골목이 있었지
풍경이 탈색되는
적요의 대낮
어린 내가 튀어나오던
깊은 모서리
우리는 뚫어지게 응시한다, 서로의
눈부처 속에서
나인 너를
너인 나를
오래고 짧은 찰나(刹那)
그리고……
다른 방향에서 다가오는
각자의 연인을 향해
등을 돌렸네
한 번의
뒤돌아봄도 없이
- 시집『바다로 가득 찬 책』민음사2006
- 서울 출생. 이화여대 정외과 졸업.
1997년《작가세계》신인상 등단.
시집<고양이 힘줄로 만든 하프>
2006년 김수영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