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자미원 간다 / 조용미

폴래폴래 2009. 12. 29. 11:29

 

 

 

     사진:네이버포토

 

 

 

      자미원 간다

 

                                   - 조용미 

 

 

 

 내가 이 세상에 살아 있다는 것,

 오늘 하루 이 시간 속에 놓여 있다는 것은

 저 바위에 서 있는 것과 나무의자가 놓여 있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나를 태운 기차는 청령포 영월 탄부 연하 예미를 지나

 자미원으로 간다

 그 큰 별에 다다라서도 성에 차지 않는지

 무한의 너머를 향해 증산 사북 고한 추전으로 또 달린다

 명왕성 너머에까지 가려 한다

 

 검은 탄광 지대에 펼쳐진 하늘,

 태백선을 타면 원상결 같은 작자와 시대 미상의 천문서를 탐하지 않아도

 紫薇垣에 닿을 수 있다

 탄광 속에는 백일흔 개의 별이 깊숙이 묻혀 있을 것이다

 

 그 별에 이르는 길은 송학 연당 청령포 영월 예미……

 

 오늘 내가 이 자리에 있는 것,

 북두칠성과 자미원의 운행을 짚어보는 것은

 저 엄나무가 우뚝 서 있는 것과 새털구름이 지나는 것과

 무엇이 다른 것일까

 

 

 

         시집『나의 별서에 핀 앵두나무는』문지 2007

 

 

 

          - 1962년 경북 고령 출생.

            1990년『한길문학』등단

            시집<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일만마리 물고기가 山을 날아오르다>

            <삼베옷을 입은 자화상>.    2005년 김달진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