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별의별 / 김민정

폴래폴래 2009. 12. 24. 11:10

 

 

 

    사진;네이버포토

 

 

 

     별의별

 

                            - 김민정 

 

 

오줌이 마려워 절로 눈을 뜨는 아침입니다 어제 나는 똥을 참았습니다 나를 미워하는 그녀가 나를 사랑하는 그이처럼 문틈 너머 엿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가벼운 노크가 두어 번 반복될 적마다 그녀의 향수가 두어 번 코를 쳤습니다 냄새를 들키면 평생을 져야 합니다 작별의 키스 직전 it's time, 이도 실은 이를 닦기 위해서였다나요 똥을 밀어 올리고 오줌을 끌어내리는 수축과 팽창의 피스톤 놀이 속에 별의 안부는 바야흐로 산란기였습니다 어린 날 나를 때린 한 소년의 눈에서 별이 사라질 때, 얻어맞은 내 눈에서 무지개떡 색동으로 그 별이 와 빛날 때, 별 본 일 없음보다 별 본 일 있음으로 나는 위풍당당 행진곡에 홀로 발맞출 수 있었습니다 가끔씩 출근길에 넘어져 지각 대신 푸른 멍을 연유 삼는 이유, 그거야 뭐 이따끔씩 문어발 식 댄스가 땅길 때도 있는 거니까요 오줌을 누고 밑을 닦은 휴지에 빨간 고춧가루 한 점 하마터면 별인가, 콕 집을 만큼 반짝거렸습니다 변비에는 역시 비코그린보다 알알이 다시마 환이 최고라는 생각입니다

 

 

 

           - 1976년 인천 출생. 중앙대 문창과 동 대학원 졸업.

              1999년《문예중앙》등단.

              시집<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

              2007년 박인환문학상 수상. '불편' 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