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라디오 데이즈 / 하재연

폴래폴래 2009. 12. 5. 10:20

 

 

 

      사진:네이버포토

 

 

 

        라디오 데이즈

 

                                      - 하재연  

 

 

 

  보급소 소장이 욕을 했다, 병신 새끼, 미칠 듯이 더운 여름 옆집 난쟁이 아저씨가 나의 개를 잡아먹었고 나는 그 집 딸의 주근깨를 증오했다 계절마다 배불러 웃고 다니는 국화 엄마의 부풀어오른 배를 나무 꼬챙이로 찔러보고 싶었다

 

  푸른 면도날과 붉은 꽃을 상상하다가 잠이 들고 매일 아침 엄마는 울면서 깨어났다 밤마다 이불이 축축하지? 옆집 주근깨가 누런 이를 드러내며 비죽 웃었다 일요일 저녁에는 은빛 자전거를 닦고 연탄재 옆에 쭈그리고 오줌을 눴다 몹시 땀이 났다

 

  우리는 달려간다 이상한 나라로 니나가 잡혀 있는 사차원 세계는 언제나 방과 후였다 방과 이전과 방과 후 세계는 나에게 두 가지뿐이었다 영어 선생은 추한 여자였다 긴 화상 자국이 블라우스 아래 숨겨져 있을것 같았다

 

  붉은 꽃을 보여준 건 주근깨였다 엄마는 어느 날 아침인가부터 울면서 깨어나지 않았다 냇물아 흘러 어디로 가니 따위 노래는 이제 아무도 부르지 않는다 은빛 바퀴는 어디론가 굴러갔다 나는 초록색 철대문집 아이였다

 

 

         

           시집『라디오 데이즈』문지 2006

 

 

                                 시인의 말

 

              너는 안녕이라고 말하고,

              나는 안녕하냐고 말하지.

           비틀스의 노래가 생각났다.

      언제부터 알고 있던 음악일까?

 

                             2006년 초겨울

                                        하재연

 

 

 

              - 1975년 서울 출생. 고대 국어국문과, 동 대학원 박사

                2002년『문학과사회』신인 문학상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