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수련睡蓮 / 이월춘
폴래폴래
2009. 12. 1. 17:20
수련睡蓮
- 이월춘
수련은 민무늬의 추억을 갖고 있다
그 추억의 쇄골에 어깨를 기대고
햇빛이 가장 순수하고 뜨거울 때
가벼운 번민 하나 없이
단 사흘을 피고 지고 피고 지다가
영원히 물로 돌아가 침묵 속에 잠기는 수련
찰나의 문을 지나 영원으로 들어가는 몰입의 의미여
침묵과 고요 속에서
말이 이루어지고 스스로 깊어가는 수련이여
가난하고 고단하지만 땀 냄새를 아는 이가
짧은 만남, 긴 추억의 생을
궁글리고 있는 시간의 갈피에서
비에 젖은 몸과 마음이 마를 때까지
어둑살 내릴 무렵
길고긴 잠을 데리고 들어가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수련처럼
시집『산과 물의 발자국』문학의전당 2009
- 1957년 경남 창원 출생. 경남대 동 교육대학원 졸업.
1986년 무크『지평』작품활동.
시집<칠판지우개를 들고><동짓달 미나리><추억의 본질>
<그늘의 힘> 등. 2008년 김달진문학상 월하진해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