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아침, 장복산 / 신덕룡

폴래폴래 2009. 11. 16. 20:50

 

 

 

        장복산

 

 

 

       아침, 장복산

 

                                    - 신덕룡  

 

 

 잠이 덜 깬 눈에

 너는 산뜻하게 상고머리를 깎은 청년이었고

 세수를 마쳤는지 허리를 펴는 중이었다.

 앳된 얼굴에서 똑, 똑 떨어지는 물방울은 마치

 무성한 나뭇잎을 타고 미끄러지는 햇살 같았다.

 하얀 이를 드러내며

 잠자리는 편했느냐 간밤에 좋은 꿈 꿨느냐 물어보는데

 내 몸은 물먹은 솜처럼 가라앉았다.

 어젯밤 늦게까지 주거니 받거니 술을 마셨고

 어떤 객기가 시비를 불러왔는지

 네가 나를 끌고 어느 낯선 골목을 누비고 다녔는지

 그럴 리랴 없겠지만

 한세상 엎어지고 슬그머니 딴 세상이 시작됐는지

 모서리 깨져나간 기억들이 발등을 찍은 탓이다.

 

 아픈 데는 많은데 반성할 게 없으니

 네 환한 얼굴이 낯설다.

 조 아래서 부지런히 손짓하는

 아기손바닥 만한 진해 앞바다도 새삼, 낯설다.

 살가워서

 너무 살갑게 다가와서 더 그렇다.

 

 

         시집『아주 잠깐』서정시학 2009

 

 

 

             - 경기 양평 출생. 경희대 국문과 동 대학원 졸업.

               1985년『현대문학』평론.

               2002년『시와시학』시 등단.

               김달진문학상 수상(1998년)

               광주대 문창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