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입술 모르게 / 이근화
폴래폴래
2009. 11. 3. 23:03
사진:네이버포토갤러리
입술 모르게
- 이근화
건포도처럼 말라버리지 않으려면
뭘 좀 먹어야겠지요
쪼글쪼글 웃으면서
버스를 삼켜버릴 식욕을 배웁니다
감정과 감정 사이에
식탁을 차려놓고
기차를 출발시킵니다
칙칙폭폭 칫솔을 부러뜨립니다
아래로 아래로
아무도 모르게
오 분 사이에 식사를 끝내고
다시 오 분간 식사와
식사를 상상해봅니다
운전과 운전 사이에
허름한 식당을 배치하고
고양이처럼 명상에 잠겨서
오후 세 시를
방울 소리로 채웁니다
밤새도록 도레미파솔라시도
소화를 시킵니다
당신의 손을 잡은 것 같습니다
시집『우리들의 진화』문지 2009
시인의 말
두번째 시집을 묶어낸다.
기쁘고 고맙다.
제일 먼저 나에게.
그리고 끝까지 당신들에게.
2009년 6월
이근화
- 1976년 서울 출생. 단국대 국문과, 고대 대학원 국문과 졸업.
2004년『현대문학』등단.
시집<칸트의 동물원> 윤동주 젊은작가상 수상(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