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 박형준
사진:네이버포토갤러리
춤
- 박형준
첫 비행이 죽음이 될 수 있으나, 어린 송골매는
절벽의 꽃을 따는 것으로 비행 연습을 한다.
근육은 날자마자
고독으로 오므라든다
날개 밑에 부풀어오르는 하늘과
전율 사이
꽃이 거기 있어서
絶海孤島,
내리꽂혔다
솟구친다
근육이 오므라졌다
퍼지는 이 쾌감
살을 상상하는 동안
발톱이 점점 바람 무늬로 뒤덮인다
발 아래 움켜쥔 고독이
무게가 느껴지지 않아서
상공에 날개를 활짝 펴고
외침이 절해를 찢어놓으며
서녘 하늘에 날라다 퍼낸 꽃물이 몇동이일까
천길 절벽 아래
꽃파도가 인다
시집『춤』창비 2005, 4쇄 2009
시인의 말
명성은 어떤 하얀 날개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한 사람은 발자끄이다. 시집에 그 구절을 갖다 썼으나 출처를 몰라 밝히지 못했다. 신인에게 청탁해준 잡지사가 고마워 이틀 밤낮을 꼬박 시를 써서 보내고 나서야 전기밥솥에 쌀을 안치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솥을 바라보던 시절이 있었다. 나는 그렇게 간절함 앞에서만 문득 무릎을 꿇어야 하리라.
미흡한 시들을 묶어주신 창비에 깊이 감사를 드린다.
2005년 5월
박형준
- 1966년 전북 정읍 출생. 서울예대 문창과, 명지대 대학원 박사과정 중.
199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나는 이제 소멸에 대해서 이야기하련다><빵냄새를 풍기는 거울>
<물속까지 잎사귀가 피어 있다> 제 15회 동서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