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돈나무 작고 흰 꽃들 / 채호기
폴래폴래
2009. 10. 21. 00:15
돈나무 작고 흰 꽃들
- 채호기
아득한 벼랑 끝에 돈나무 작고 흰 꽃들
세찬 바람에 자꾸만 생을 뒤집는다.
멀리 바다는 말이 없고
파도는 자꾸만 벼랑 밑을 휘감는다.
바깥을 내다보는 검은 눈동자
제 발밑으로 추락하고
거품을 일으키는 흰자위.
고통처럼 무거운 배들이 천천히 지나간 후
흰 바다에 붉은 실핏줄 자국.
내 눈의 막막한 벼랑 끝에
바위처럼 퍼져 앉는 검은 눈동자.
멀리 이마는 말이 없고
당신의 파도가 자꾸만 흰자위에 부닥친다.
시집『손가락이 뜨겁다』문지 2009
- 1957년 대구 출생. 대전대 국문과 졸업.
1988년『창작과비평』등단.
시집<지독한 사랑><슬픈 게이>
<밤의 공중전화><수련>
김수영문학상, 현대시작품상 수상.
서울예대 문창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