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산란기 / 이태관
폴래폴래
2009. 8. 23. 09:30
사진:네이버포토갤러리
산란기
- 이태관
강의 하구에는
어둠으로 몸 불리는 물고기가 산다
딜빛 아래 잔비늘 반짝이며
제 몸에 꽃나무 심어 위장할 줄도 아는,
낯선 새 날아와 부리 비비면
간지럼에 몸 뒤척여
웃음소리도 강물에 풀어놓으며
바다를 거슬러 오르는 우어처럼
한번쯤 몸에 새겨진 물길을 바꾸어 보았다면
물살에 온 몸 찢겨 본 일 있다면
바람의 끝닿는 곳을 알리
몸 부풀린 놈, 물이 범람하면
제 알을 풀어놓으며 바다로 간다
가끔은 우리 마음에도 물결이 일어
긴 한숨 끝에 아이를 잉태키도 하지
떠밀리는 고단한 삶 위로 붉은 해 솟기도 하지
하지만 지금은 건기의 시간
철새 빈 몸으로 떠나고
가슴에서 자라난 몇 개의 욕지거리와
비밀과 사랑과 시를 강물의 끝자락에 풀어놓는 밤
메마른 바닥을 핥는 물소리
가슴을 친다
- 1964년 대전 출생.
1990년『대전일보』신춘문예,
1994년『문학사상』신인상 등단.
시집<저리도 붉은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