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의 오솔길/시창고
서로 베기 / 황동규
폴래폴래
2009. 8. 11. 11:53
사진:네이버포토갤러리
서로 베기
- 황동규
새로 맺히는 이슬을 털며
메마른 이슬까지 털며
풀을 베었다
풀과 함께 자른
몇 마리 곤충
上體 잘린 채 아물대는
아물대는
발들의 시림
잦아들지 않고 잦아들지 않고
이 자리를 끓이는.
시집『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문지 시인선1.
장마 때 참새 되기
- 황동규
下流 끊긴 江이 다시 범람한다
세 번 네 번 범람한다
외우지 않기로 한다
─물이 지우는 몇 개의 섬
신문을 읽지 말고
혹은 읽으면서 잊어 버리고
몇 번 재주 넘어
─천천히 참새가 된 나와 아내
비가 내린다
물이 거듭 처들어 온다
새는 지붕 간신히 막아놓고
아들아, 아빠가 춤을 춘다
창 틈으로 날아들었다가
머리를 바람벽에 부딪치고
눈 앞이 캄캄해져서
참새가 참새가 춤을 춘다.
시집『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문지22쇄1988
- 1938년 서울 출생. 서울고,서울대 同대학원영문과
영국 에딘버러大, 미국 아이오와大유학.서울대영문과교수.
1958년 현대문학 추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