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노란 샤쓰의 사나이 / 서영처
폴래폴래
2009. 8. 10. 09:45
노란 샤쓰의 사나이
- 서영처
낡은 라디오에서 네 허리의 굴곡 같은 노래가 흘러나와
무쵸, 무쵸, 무쵸, 나를 끌어당길 때
돌아보면 나뭇잎들 신록의 파르티타를 연주하는
가로수 길을 네가 걸어간다 물방울무늬 머리띠를 하고
꼭 끼는 원피스를 입은 네가 핸드백 흔들며 간다
광화문 네거리 손차양하고 신호등을 기다릴 때
눈시울 간질이며 바이올린의 고음 같은 햇살이 널 닮은 실루엣을 그려내는지 건너편 길을 네가 가고 있다 갸우뚱, 고개 젓는 사이
아스팔트 아지랑이 위로 신기루처럼 너는 사라지고,
나는 사람들에 떠밀려 길을 건넌다
콘체르토 그로소처럼 인파 쏟아지는 역사(驛舍) 계단에서나
퇴근길 지하철 입구를 구불구불 흘러들어가는 사람들 속에서
숙명이니 순정이니 늘어지는 유행가 가락 속에서
널 놓치곤 한다
네 둔부의 곡선처럼 휘어지는 골목
어둠 따라 걷다보면 불빛 희미한 담배 가게에서
흘러나온 노란 샤쓰의 사나이가
치근거리며 네 그림자를 한참이나 따라간다
- 1964년 경북 영천 출생. 경북대 음악과, 영남대 국문학 박사.
2003년『문학/판』등단
시집<피아노 악어>열림원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