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침묵의 벽 / 강영은
폴래폴래
2009. 8. 3. 02:02
침묵의 벽
- 강영은
세상의 가장 낡은 귀퉁이라도 되는 듯
지팡이를 내려놓은 노인과
웅크린 몸을 잠 속에 묻은 개가
쇠사슬로 빗장 건 門에 등을
기대고 있다
그들은 지금 벌어지지 않는 입술과
깊이 모를 눈동자로
서로의 벽을 고스란히 끌어안는 중이다
손은 없고 가슴만 있는
눈은 없고 눈물만 있는 벽의 힘으로
면벽의 등을 쓰다듬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관계여,
방금 지팡이를 내려놓은 노인의 입으로
더 이상 짖을 수 없는 개의 입으로
두드려도 열리지 않는 門의 입으로
말하건대,
나에게도 부수고 싶지 않은 벽이 있다
등이 허물어 질 때까지 기다려 달라
반년지『시산맥』2009년 창간호(상반기)
- 1956년 제주 출생.
2000년『미네르바』등단.
시집<나는 구름에 걸려 넘어진 적이 있다>등 다수
한국시인협회 총무. 서울산업대 평생교육원 시창작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