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이파리 위의 생 / 장만호
폴래폴래
2009. 7. 16. 20:12
사진:네이버포토갤러리
이파리 위의 생
- 장만호
나무들은 대지의 푸르른 심지
한번도 이 촛불은 꺼지지 않았네
바람이 불면 더욱더 일렁거릴 뿐
마을은 전생의 언덕에 머리를 괴고
가만히 최면에 들지
간혹 궁수자리를 이탈한 별 하나
화살표를 남기고 사라지거나
새 한 마리
푸드득거리며 날아 오르기도 하지만
그런 밤이면,
산다는 것은 명백한 모호함.
나는 이번 생을 생각하다가
조용히 심장을 두근거리며
푸른 촛불들 속으로 걸어 들어가 보네
그러나, 그 불길 속
잘못 내려앉은 인생인 듯
명명백백(明明白白)한 벌레 한 마리
이 생에서 저 생으로
한 불꽃에서 다른 불꽃으로 건너가고 있네
생애가 그저 한 이파리였을 뿐이네
시집『무서운 속도』랜덤하우스 2008
- 1970년 전북 무주 출생. 고대국문과 同대학원 졸업.
2001년《세계일보》신춘문예 당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