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와 동침하다 / 유현숙
사진:네이버포토갤러리
서해와 동침하다
- 유현숙
공중을 덮으며 한 떼의 철새들이 밀입국해 온다
기러기 떼 가창오리 떼 억새 밭 너머에 콩알처럼 깔려 있다
유효기간이 뚜렷이 각인된 바코드를 등에 찍고
저렇듯 세상을 경유한다
서해는 해감을 토하며 뒤척이고 뼛속까지 붉은 서약의 저녁이
뜨겁다
사르륵 새들의 옆구리에서 깃털 떨어지는 소리 들리고
이제 막
서쪽에 닿는 이는 옷을 벗는다
시집『서해와 동침하다』문학의전당 2009
自序
짐이 무겁냐, 묻습니다.
제 몸이 더 무겁습니다, 대답합니다.
몸을 덜어주랴, 묻습니다.
예, 덜어주십시오, 대답합니다.
그렇게
걷다가 돌아다봅니다.
나를 따라 걸어 온 내 발자국들이
찍혀 있습니다.
옮겨 적습니다.
2009년 첫 여름
우이천에서 유현숙
- 경남 거창 출생.
2003년『문학·선』신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