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버포토
물의 친교
- 김행숙
물고기는 움직이는 심장처럼
그러나 매우 조용히 살아가는 것들이야
물고기가 물고기를 뜯어먹을 때도 고요하지
오늘 아침 너는 피어나기 시작한다
너는 완전히 힘을 뺐다
내 안에서 자라는 식물들처럼 알 수 없이
새로운 삶처럼 끝없이
너의 머리카락이
흔들려
나는 너를 거칠게 대하고 싶어
죽은 체 하는 걸까
산 체 하는 걸까
나는 그림자와 친해
내 옆에 나무 한 그루가 있고
나는 나무 한 그루의 그림자와 친해
달빛은 검은 물체를 떨어뜨리지
햇빛은 잘게 부서지지
반짝이지
어젯밤 너의 눈빛은 하염없이 머물렀지
마치 눈먼 자 같은
그런 눈빛
그런 목소리로 너는 인생보다 긴 고백을 시작했어
『서정시학』2010년 봄호
- 1999년『현대문학』등단.
시집<사춘기><이별의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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