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의 오솔길/시창고

마지막 술집을 찾아서 / 문동만

폴래폴래 2009. 6. 9. 19:53

 

 

 

 

                                                         사진:네이버포토 

 

 

 

         마지막 술집을 찾아서

 

                                                                         - 문동만

 

 

 

 내게는 분주하지 않은 술집만 찾아가는 지병이 있다

 비는 가늘게 내리고 우산 위로 톡톡 튀는 빗방울이

 파격이 없는 내 근본을 조롱하리라는 걸 알고 있다

 고작 술빚을 생각하며 그 걱정에 술이나 마시는 것

 

 정권이 너희들의 마음대로만 이루어지듯

 간혹 있는 주접만큼은 나의 의도대로만 이루어졌다

 고작 곰팡내 찌든 지하 술집에서 맥주를 마시며

 통속적인 음담과 어울리지도 않는 옛 노래를

 부르며 객기에 당도하는 것

 

 나도 모르는 나를 부르며 나를 모르는 너를 부르며

 여기까지가 나의 마지막 파격 여기까지가 내 밤의 정거장

 아, 아비제비처럼 젖어 대자로 뻗은

 내 발을 씻어주기도 하는 아이들아

 미안하군, 살이 찌지 않는 아내여

 홀로 술 먹는 밤조차 이해해주는 당신

 

 내가 버는대로 소비할 것임을

 빚을 내어 술을 먹고 사람들을 만날 것임을 안다

 그러니 나는 부자도 노예도 자발적 가난의 산골에도

 기거할 수 없으리라

 사는대로 이 도시에 살아질 것이다, 사라질 것이다

 내가 단골이 되려 했던 적당한 술집들은 다 망했지만

 마지막 술집을 찾아야 한다

 

 나는 술병이나 앓다 죽지 않을 것이다

 다시 힘을 내어 걸어야 한다 그 침침한 술이라도 먹고

 살아나야 한다 파격적인 발걸음으로 내딛어야 한다

 어딘가 있을 마지막 술집을 찾아서

 

 

          시집『그네』창비,2009

 

 

 

 

              - 1969년 충남 보령 출생.

                 1994년 계간『삶 사회 그리고 문학』등단

                 「일과 시」동인.

 

 

 

 

'文學의 오솔길 > 시창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비 / 송찬호  (0) 2009.06.10
아버지의 안전벨트 / 고영  (0) 2009.06.10
질투는 나의 힘 / 기형도  (0) 2009.06.08
나무도 가슴이 시리다 / 이정록  (0) 2009.06.07
꽃바구니 / 나희덕  (0) 2009.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