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의 오솔길/시창고

나무도 가슴이 시리다 / 이정록

폴래폴래 2009. 6. 7. 12:53

 

 

 

 

 

 

 

   나무도 가슴이 시리다

 

                                                         - 이정록 

 

 

 

 남쪽으로

 가지를 몰아놓은 저 졸참나무

 북쪽 그늘진 둥치에만

 이끼가 무성하다

 

 아가야

 아가야

 미끄러지지 마라

 

 포대기 끈을 동여매듯

 댕댕이 덩굴이

 푸른 이끼를 휘감고 있다

 

 저 포대기 끈을 풀어보면

 안다, 나무의 남쪽이

 더 깊게 파여 있다

 

 햇살만 그득했지

 이끼도 없던 허허벌판의 앞가슴

 제가 더 힘들었던 것이다

 

 덩굴이 지나간 자리가

 갈비뼈를 도려낸 듯 오목하다

 

 

 

 

          육필시집「가슴이 시리다」2009

 

 

 

           - 1964년 충남 홍성 출생. 공주사대 한문교육과 졸업

              1989년 대전일보, 199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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