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도 가슴이 시리다
- 이정록
남쪽으로
가지를 몰아놓은 저 졸참나무
북쪽 그늘진 둥치에만
이끼가 무성하다
아가야
아가야
미끄러지지 마라
포대기 끈을 동여매듯
댕댕이 덩굴이
푸른 이끼를 휘감고 있다
저 포대기 끈을 풀어보면
안다, 나무의 남쪽이
더 깊게 파여 있다
햇살만 그득했지
이끼도 없던 허허벌판의 앞가슴
제가 더 힘들었던 것이다
덩굴이 지나간 자리가
갈비뼈를 도려낸 듯 오목하다
육필시집「가슴이 시리다」2009
- 1964년 충남 홍성 출생. 공주사대 한문교육과 졸업
1989년 대전일보, 199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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