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세속 사원 / 복효근

폴래폴래 2009. 3. 23. 20:25

 

 

 

 

 

 

 

             세속 사원   / 복효근 

 

 

 집 밖에서 집을 보네

 밤이 새벽으로 건너가는 시간

 금성이 춥게 빛날 때

 울다 잠든 아내 두고

 집 밖에서 퀭한 눈으로 내 사는 아파트 덩어리

 모래와 시멘트로 뭉쳐진 커다란 산

 저 속에서

 그만 살 것처럼 사랑하고

 또 다 산 것처럼 싸우고

 옷 벗고 뒹굴고 또 옷 입고 종주먹을 들이대고

 나날을 최후처럼 살았네

 불현듯

 타클라마칸 사막의 한가운데

 돈황의 막고굴이 떠올랐다네

 커다란 산에 층층이 동굴을 뚫고 수도승들은

 화엄세계를 새겨 넣으려

 굴 밖에 거울을 세워두고 빛을 반사시켜 들여서

 몇 십 년 몇 백 년 작업을 했다지

 얼마나 죽고 싶었을까

 그들에게 차라리

 내가 버리고 싶은 이 사바가 극락쯤은 아니 될까

 그래, 나의 이 고해가 극락이라니

 목말라 물을 찾다 밤새 술만 들이켰던 그곳이 우물터였다니

 수많은 생불들이 불을 켜는 새벽

 나 옷깃 여미고 저 사원으로 돌아가겠네

 

 

 

 

                       1962년 전북 남원 출생. 1991년 시와 시학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