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기억에 대한 충성 / 장석원

폴래폴래 2009. 3. 20. 08:46

 

 

 

 

 

 

 

                기억에 대한 충성       / 장석원 

 

 

 

 몸에 불이 붙은 것 같아요. 히말라야 영봉이 머리에 얹혀 있는 것 같아요. 당신이 날 지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한때 거울을 보듯 다정한 연인이었는데, 흰 바람에 온몸 물결치는 버드나무처럼 서로를 껴안았는데, 베인 햇빛처럼 찢어진 우산처럼 이별한 것입니다.

 

 당신이 날 부릅니다. 구멍 너머로 당신이 보입니다. 당신은 흘러내리는 중이고, 그때 나를 그 자리로 부른 것은 당신의 신체.

 

 영혼 없이 살 수 있습니다. 먹지 않고 견딜 수 있습니다. 맨발로 바늘 위를 걸어가도 좋습니다. 끓는 쇳물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당신이 없다면, 땀 흘리고 오줌 누는, 신선한 몸이 없다면, 내 몸에 흐르는 당신의 피가 없다면, 나는 잘못된 탄생의 결과로 판명될 것입니다. 그때 밤하늘의 별이 내 눈물이라는 것을 당신은 의심하지 마세요.

 

 진달래 밑에서 아이의 엉덩이를 토닥입니다. 햇빛이 입술을 두드리고, 낮은 바람이 파닥거리고, 아이는 혼자서 꺄르르 떠오릅니다. 그날 오토바이에 치여 잠깐 공중에 머물렀는데, 부서진 유리병처럼 반짝거렸는데, 당신이 날안고 달려갔듯이 ······ 햇빛은 투명해진 꽃잎을 투과 중

 

 당신은 캐러멜 같아요. 젖내 나는 당신의 몸이 좋아요. 나는 아름다운데 당신은 나를 가질 수 없습니다. 지금 나는 당신 것이 아닙니다.

 

 

 

 

 

              -2002년 대한매일 신춘문예 등단. 시집<아나키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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