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물금 / 최서림

폴래폴래 2009. 3. 18. 20:47

 

 

 

 

 

 

                 물금           / 최서림 

 

 

  바닷물이 숭어 떼처럼 파닥파닥 밀려올라오다 허리쯤에서 기진해 멈춘다 날숨으로 강물과 혼몽히 몸을 섞는다 썰물을 내려 보내는 갯벌이 그리움으로 구멍이 숭숭 뚫려있는 곳, 그녀와 나 사이 매일 보이지 않는 선이 그어진다 내 그리움도 그곳까지, 그 선까지만 밀물져 가다가 해매다 돌아오고 만다 그녀가 사는 곳이 곧 물금이다 대추나무 잎에 반짝이는 햇살처럼 영혼에 일렁이는 물결무늬처럼 떠있는, 어느새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버리는 물금, 물금 한복판에서 찾아 헤매이게 되는 물금, 농익은 감이 제무게를 이기지 못해 철퍼덕 맨땅에 떨어져 산산이 흩어지는 곳, 초로의 적막이 물푸레나무 회초리로 자신의 종아리를 후려치는 그곳이 물금이다 

 

 

 

              시 작 노 트

                  농사꾼의 심정으로 시를 쓰기로 했다.

                  오늘날 서정시를 쓴다는 것은 가히 종교적인 믿음을 요한다.

                  시를 쓰는 사람보다 읽어주는 사람이 더 아름다운 시대이다.

 

 

 

 

                   -1956년 경북 청도 출생. 1993년 현대시 등단.

                    서울산업대 문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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