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 손택수
사월이면 어머닌 앓아 눕는다
온 뼈마디가 쑤시고 빈혈기가 돌아서
혼자서 자리에 누워 계시는 날이 많다
아들놈의 생일이 가까워오면
영락없이 삼십 몇 년 전의 그 날처럼
산고를 치르시는 어머니
당신의 첫아기를 세상에 내놓느라
달게 받은 고통을
되새김질하고 있는 걸까
삼십 몇 년 전의 그 날과 같은 울음을
나는 다시 터뜨릴 수가 없는데,
나뭇가지를 찢고 나오면서 터뜨리는
저 사월의 연초록 이파리들처럼
말랑말랑한 살빛으로 번져갈 수가 없는데
어머니에겐 아픈 계절이다
해마다 봄은
삼십 몇 년 전의 산통을 잊지 못하고
아릿아릿 연둣빛 속살이 차오르는 계절이다
-1970년 전남 담양 출생. 경남대 국문과 졸업.
199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등단.
부산작가상, 현대시동인상, 신동엽창작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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