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생일 / 손택수

폴래폴래 2009. 3. 17. 11:01

 

 

 

 

 

 

             생일        / 손택수 

 

 

 사월이면 어머닌 앓아 눕는다

 온 뼈마디가 쑤시고 빈혈기가 돌아서

 혼자서 자리에 누워 계시는 날이 많다

 아들놈의 생일이 가까워오면

 영락없이 삼십 몇 년 전의 그 날처럼

 산고를 치르시는 어머니

 당신의 첫아기를 세상에 내놓느라

 달게 받은 고통을

 되새김질하고 있는 걸까

 삼십 몇 년 전의 그 날과 같은 울음을

 나는 다시 터뜨릴 수가 없는데,

 나뭇가지를 찢고 나오면서 터뜨리는

 저 사월의 연초록 이파리들처럼

 말랑말랑한 살빛으로 번져갈 수가 없는데

 어머니에겐 아픈 계절이다

 해마다 봄은

 삼십 몇 년 전의 산통을 잊지 못하고

 아릿아릿 연둣빛 속살이 차오르는 계절이다

 

 

 

 

 

                   -1970년 전남 담양 출생. 경남대 국문과 졸업.

                         199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등단.

                        부산작가상, 현대시동인상, 신동엽창작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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