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과수원 시집 / 배한봉

폴래폴래 2009. 3. 17. 10:41

 

 

 

 

 

 

 

 

               과수원 시집      / 배한봉 

 

 

 

 봄 과수원에

 파릇파릇 돋는 저것은 풀이 아니다

 노랗게 발갛게 피는 저것은 꽃이 아니다

 

 바람에게 물어봐라

 햇빛에게 물어봐라

 

 대지를 물들이는 저 쑥과 냉이, 씀바귀에 대해

 과수원 언저리를 온통 노랑물살 지게 하는 저 유채꽃에 대해

 

 산비둘기가 나뭇가지에 두고 간 울음

 그 여운 끝자락을 붙잡고 화들짝 꽃봉오리 여는 홍매에 대해

 

 지난 겨울의 눈바람을 먹고

 열병처럼 퍼지는 가뭄을 먹으며

 온몸으로 대지가 쓰는 시, 나무가 쓰는 시

 

 뻐꾹새에게 물어봐라

 벌, 나비에게 물어봐라

 

 저 시 없다면 누가 봄이라 하겠나

 

 저 시집 한 권 읽지 않고 어떻게 봄을 말할 수 있겠나

 

 별과 달이 밤새도록 읽다 펼쳐둔

 과수원 시집

 나는 거름 져다 나르며 읽고

 앞산 뻐꾹새는 진달래 먹은 듯 붉게 읽는다

 

 

 

 

                  - 경남 함안 출생, 1998년 현대시 신인작품상 등단.

                    1998년 경남문협우수작품상 수상.

                    <시집>흑조, 우포늪 왁새, 악기점, 잠을 두드리는 물의 노래,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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