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짱 뜨는 오후 / 권애숙
뭐라카노, 니가 먼저 그카이 내가 그 카지
뭐시라꼬? 이기 고마 ···
앞집 여자와 옆집 여자 또 한판 붙는 모양이다
야간 근무를 하고 자던 건넛집 남자가
잠옷바람으로 내다본다
핥고 뒹굴던 똥개 두 마리도 꼬리 내리고
비칠비칠 옆걸음친다
붙어라, 함 붙어봐라
속으로 은근히 부추기며 나는 블라인더를 올려
소란스런 현장 기웃거린다
쓰레기봉투 한 장을 위해
저렇게 목숨 걸고 한판 붙는 여자들
누가 저들에게 사소한 것으로 핏대를 올린다 할 것인가
지문마저 사라진 뭉툭한 삿대질 사이
오후의 햇살이 챙! 갈라진다
누군가 오래 머물 때 / 권애숙
길은 탱탱하게 꽃들을 당기는데 마음은 이미 여기서 떨어진다 산그늘 아래 수위가 낮아진 수원지, 쪼그려 앉아 오래 울고 난 사람의 수심이다
덜어낸다는 것은 방향을 바꿀 수도 있다는 얘기 뒤척거리며 등이 배가 될 수 있다는 얘기 좁아진 물길을 건너뛰며 왜가리 한 마리 풍경을 흔든다
곁에 저 방랑을 붙들어 두려고 수원지는 돌아앉아 저를 퍼냈을까 그늘에서도 구불거리는 뒷덜미가 환하다
가는 발목까지 수위를 낮춰야 누군가를 오래 머물게 하는 것인데 한 시절 오만한 내 물살을 치고 상류로 날아간 너,
날아가는 것은 왜 그림자조차 뒤돌아보지 않을까
너무 깊고 푸르게 넘실거리는 것은 위험하다
- 경북 선산 출생. 계명대 대학원 문창과 졸업.
1994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
1995년 월간 '현대시' 등단.
부산작가회의 회원. 시집<맞장 뜨는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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