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이별가 · 1 / 박주택

폴래폴래 2009. 3. 14. 08:59

 

 

 

 

 

 

 

                            이별가 · 1               / 박주택 

 

 

 

 곳곳이 꽃이고 곳곳이 꽃인데

 그냥 가시렵니까, 집은, 달은 저만치서 헤매이고

 눈썹마저 강으로 던져버리면

 아무리 저문 문틀이라지만 벌레 끼어 웁니다

 그러니 덤불에는 눕지 마시고 꽃가지 꺾어

 꽃잎에 섞여 마른 빛으로 나십시오

 고르고 고른 마음 모진 어둠을 갉을 때

 먼 곳으로부터 잠이 옵니다

 이것이 이별을 위하는 것이라면 새벽을 달래

 강에 적시겠습니다, 곳곳마다 꽃이어서

 잔가지만 하더라도 수북이 여기에 있는데

 다만 울음을 멈춘 벌레를 따르렵니다

 달이 비추는 길에 서 계시는 하얀 옷자락이시여

 

 

 

 

 

               시 작 노 트

               태어남이 시작이라면 죽음은 끝이라는 자명한 사실 앞에 엄숙해진다.

              슬픔은 사랑 없이도 생겨나지만 사랑은 슬픔 없이는 생겨날 수 없다.

              우리에게 아픔을 주는 이별은 사랑이 사랑과 만나 더 큰 사랑을 끌어

              안듯이 이별 또한 이별과 만나 더 큰 생을 이룬다. 그리하여 비에 젖은

              자는 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  1959년 충남 서산 출생.

                                    1986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등단.

                                   현대시 작품상, 소월문학상 수상.

                                   경희대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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