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 / 강영은
맨발의 대지를 열면 흙 알갱이 하나 하나가
얼마나 먼길을 걸어왔는지
뒤꿈치의 부스럼들 까맣게 부서져 내린다
까칠까칠한 살갗의 그 발바닥들이
단단하게 지면을 받쳐들어
흙으로 돌아간 어머니의 맨발도
간절한 속도의 그리움을 경작하는 것일까
수선화 알뿌리, 폐경기 지난 자궁이
자꾸만 환하게 부풀고 있다
어머니, 저 햇살의 젖을 물려주세요 당신의
몸 속에서 빠져 나온 알집이 토실토실 자라게요
캄캄한 기억을 열고
유선으로 부푼 젖 몽우리에 입술을 갖다대면
生에 무겁게 매달렸던
봄이 노랗게 꽃망울을 터트린다
봄, 둥근 자궁이 열리고 있다
-서울산업대 평생교육원 시창작반 지도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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